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Letters/夢想

어제 꾸었던 꿈

어제 꿈을 꿨다. 지구에서 출발한 수많은 우주함선들이 있었다. 그 함선들에는 생물적으로 우주에서 살아남기 적합하게 만들어진 인간들이 타고 있었다. 연보랏빛을 띤 단발머리에 흰 피부와 큰 키를 가지고 있었고 멋있는 흰색 제복도 입고 있었다. 감정보다는 마치 로봇처럼 이성에 따라 주어진 임무를 해나가는 것 같았다. 그들이 그렇게 지구로부터 출발하여 우주를 누비는 데는 어떤 중요한 임무를 맡아서 그런 것인데 우주 곳곳을 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다른 함대와 지구 쪽으로 송출하는 게 그들의 임무 중 하나였던 것 같다. 많은 수의 함대가 출발한 것은 생존확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. 내 의식이 있었던 인간은 우주에서 급작스런 사고로 의식이 날아가며 소멸되었고, 조금 후에 목적을 이룬 고도로 진화된 다른 함대의 인간에게 의식이 옮겨갔다. 그 인간은 똑같이 출발한 다른 함대의 인간들과는 달리 고도로 진화한 느낌을 주었다. 이지적으로 끊임없이 환경에 따라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 한 느낌인데 그게 보통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하여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펌웨어 업그레이드에 가깝게 스스로를 갱신한 느낌이다. 그 인간은 어느 별에 도착하여 다른 인간과 그랜드캐년 같은 황무지가 쭉 이어진 협곡 가운데에서 하늘 높이 솟구쳐 있는 금속성을 띤 움직이는 거대한 기둥에 무언가 신호를 보내었다. 그 기둥은 사방으로 뻗쳐가며 무언가를 어디론가 전송해나갔다. 그들의 자아는 옅으게 나마 있거나 거의 없었던 것 같다. 그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각자가 다른 환경에서 수집한 정보와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는 것 같았다. 그들에게 있어서 육체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의식과 정보를 담는 그릇에 불과했다. 감정이 없다기보다는 의식을 공유하는 존재중의 하나가 어느 사건에 의해 소멸된다고 해도 그 존재가 겪은 경험이나 수집한 정보는 다른 존재에게 곧바로 넘아가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었다. 내 육체가 나의 일부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나 할까.. 비유적으로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백업해놓는데 서로가 서로의 클라우드가 되어주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.